예전에 고등학생 동창들이랑 송년회 한 썰만화 ㅋㅋㅂ
지난 월요일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이른 송년회를 했다.
내가 나온 고등학교는
마계 인천에 있는 천주교 고등학교였는데
(나는 천주교 아님)
우리 때는 고입이 단순 뺑뺑이가 아니라
지원해서 가는 방식이었는데
나 입학할 때 우리 학교는 정원 미달이었다.
그래서 실업계에서 떨어진 애들이 대거
인문계인 우리 학교에 입학했었다.
우리 학교가 천주교 학교라 수요일엔 4교시 밖에
안 했는데 그게 꽤나 매력적이었나보다.
그 중엔ㅋ 미리 공고 교복을 사는 바람에
입학 후 일주일간 공고 교복을 입고
다닌 애도 있었다ㅋㅋ
암튼 이렇다보니
학생들의 스펙트럼이 꽤나 넓은 편이었는데
공부를 잘 하는 애들은 SKY대학에도 입학하고
양아치들은 실업계 애들과 삐까 뜨는
양아치 수준이었다.
거기다가 번외로 후에 신부님이 되기 위해
입학하는 친구들까지.
( 그래도 다들 잘 어울림.
우리 때는 지금처럼 왕따문화가 심각하진 않았다)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앞으로 송년회 약속들 많을테니
우리의 송년회를 앞당겨 하자고 하더라.
(유부남들에게 왜 주말보다 주중모임이 좋은지는
모르겠다.)
내가 백수이고 해서 원래 이런 모임
참석 잘 안 하는데
나 사고로 입원했을 때 몇몇 친구들이 병문안을
와줘서 이번 모임엔 감사인사 차 나기기로 했다.
( 참고로 남고 나왔다. 생리얘기는
친구가 드립쳤는데 웃겨서 넣음ㅋ)
사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은
20대 초반 때 제일 활발했었는데
막상 나가서 보니
각자의 위치 때문인지, 보이지 않는 벽같은게
있는거 같더라.
누가 더 잘났고 못났고의 개념이 아니라
대학생 신분인 친구와 일하는 친구와의
대화에 공통분모가 없다보니 그런거 같더라.
그렇다고
삼십대가 되어 모두가 직장인이 된다고 해도
역시나 보이지않는 벽은 있더라.
30대엔 그 벽이 '돈'으로 쌓여더라.
그래도
이십대 때 모임보다 나은건
서로 간의 위치가 어떻든, 대화의 공통분모가 있어
그나마 대화가 잘 통한다는 거.
그래서 지난 월요일에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그 중
정말 오랜만에 나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나. 그리고 R군과 K군.
R군과는 고등학교 때도 그렇게 많이 친하지는
않았던 그냥 같은 반 친구같은 수준이었는에
졸업하고 동창모임에 처음 나왔다.
K군은 고등학교 때는 친했는데
졸업 후 서로의 삶이 바쁘다보니 소원해진 경우다.
그 중
K군은 정말 성공했더라.
대학도 안 나오고 흙수저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성공을 했더라.
그런거 보면
인생의 성공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그 선택 이후에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느냐에 따라
결정되어 지는거 같다.
그러니 혹시나 수능망쳤다고 너무 좌절하지마라.
수도권 4년제 대학 나온 나는 35살에 백수다.
암튼ㅋ
그렇게 모여 술들도 들어가고 하다보니
그 '보이지 않는 벽'도 사라지고
영락없이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되더라.
(그렇다고 내가 지금 철들었다는건 아니고.)
그러다
성공한 K군이 자기가
술을 쏜대.
그러자
옆에 있던, 평소에도 K군과 친하게 지내는
H군이 술말고 안마를 쏘라고 하더랔ㅋㅋㅋㅋ
그러자
K군이 통크게 OK함ㅋ
우리는
열광하고
이미 풀발기 상태라
각종 드립이 난무했다.
그러다
내가 R군에게
요즘 뭐하냐고 물어봤다ㅋ
(그때가 만난지 2~3시간쯤 지난 상태였는데
그때서야 물어봄ㅋㅋ)
그랬더니
라고 하더라.
고등학교 때 그리 친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어려서부터 신부님을
꿈 꿨다고.
거기에 있던
대부분이 당황했다.
물론 미리 알고있던 친구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모르고 있었음.
그 얘길 듣고나니
R군에게서 후광이 보이더라.
그리고 정적이 흐르면서
모두 숙연해짐.
각자 종교는 달라서 잘 알지는 못해도
천주교 학교를 나오다보니
신부님이 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대충들은 알고 있거든
그렇게 숙연해있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는 지금
갑자기
뭔가 불편하더라.
더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
!!!!!!!!!!!
!!!!!!!!!!!!!
우리가 지금까지
쳤던 각종 드러운 드립들이
떠오르며
즐거웠던 술자리가
성령 충만한 흥겨운 회개파티가 되었다.
그리고나서
R군이 무슨 얘기만 하면
다들
자기들도 모르게
존댓말을 하게 되더라.
(분명 동창인데 말이지)
뭐 암튼
즐거운 송년회 였다.
아니 그냥,
내년엔 바쁠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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