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부부의 싸움의 기술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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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부부의 싸움의 기술
이미 한국 가정의 위기는 위험수위에 와 있다.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가졌던 포부는 ‘대한민국의 이혼율을 단 1%라도 줄일 수 있으면 성공이다’라는 것이었다. 수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정불화로 힘겨워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3개월 동안 실험을 함께 진행하면서 관계 회복을 희망하는 부부들을 찾았을 때 전화와 인터넷으로 수많은 부부들이 참여를 희망하면서 자신들의 사연을 토로했다.

그 신청자의 대부분은 아내들이었다. 도저히 남편의 속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속이 타고, 대화조차 되지 않아 아예 말도 섞지 않으면서 부부라는 명분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는 호소도 많았다. 반면 대다수의 남편들은 불행한 부부관계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다. 그저 ‘다른 부부들도 다 이렇게 살겠거니’ 지레짐작하며 아내와의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인식 자체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니 아내들만 속이 타는 것은 당연한 일.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정의 일을 밖으로 노출하거나 상담소를 찾는 일에 큰 거부감을 갖는다. 물론 선진국과는 달리 부부 클리닉이나 부부치료기관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아직도 부부싸움을 동네망신이라고만 치부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스웨덴의 경우는 감기에 걸려서 병원을 찾듯이 부부간 언쟁이 생겼을 때에도 누구 말이 맞는지 가리기 위해서 찾는 곳이 가족치료소라고 한다. 부부관계도 치료를 하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조금만 상담을 받아보고, 치료를 받으면 부부 모두 행복해진다는데 치료소를 찾는 정도의 성의는 충분히 보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출연자 부부들은 방송에 출연해서 창피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오히려 가족의 화목을 위해 얻은 것이 너무 많아서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살과 세 살배기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는 일만으로도 버거운 아내는 시부모와 혼자 된 시아주버니의 자녀까지 돌봐주기를 바라는 남편에게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 부부는 대화 자체가 순조롭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사소한 일로 시작된 말다툼이 2개월 동안 냉전으로 이어진 적도 있을 정도. 그러나 어린아이들까지 있는 판에 이혼을 결심하기에는 나중 일이 너무 두려웠다는 것이 박은진씨의 솔직한 고백이었다.

이 부부가 의사와 상담을 한 뒤 가장 먼저 받은 치료는 아내의 부정적 언어습관을 고치는 것. ‘항상’, ‘결코’, ‘만날’, ‘절대’ 등 부정성이 강한 단어들을 사용할 때마다 손목에 착용한 노란 고무줄을 매우 세게 튀겨 언어습관을 고치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시작된 치료는 남편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대화법을 연습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우리 관계를 악화시켰던 나의 행동은 (당신을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우리 사이를 개선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야)’, ‘앞으로 우리 사이는 점점 좋아질 것 같아 (지금 함께 노력하고 있으니까)’ 등. 이런 식으로 아내가 주어진 괄호를 채워서 이야기하면 남편이 그에 대해 화답하도록 한 것.

다음 숙제는 가트맨 박사가 강조하는 ‘러브맵 이론’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었다. 러브맵 이론이란 서로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부부 사이도 좋다는 이론으로, 이 부부에게도 상대에 대한 세세한 질문들이 숙제로 주어졌다. ‘배우자를 처음 만났던 날, 그(또는 그녀)가 입었던 옷은?, 배우자의 생일은 몇 년 몇 월 며칠인가?, 배우자가 스스로에 대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분야는?’ 등. 이렇게 서로에 관한 질문을 주고 테스트해보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신경을 쓰고 있는지 고민해보는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아내와 남편은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치료 과정을 모두 마친 뒤, 이 부부는 “남편이 돌아오는 시간이 기다려져요”, “다시 신혼으로 되돌아 간 것 같아요” 등 놀라운 치료 효과를 보여주었다. 치료 시작 후 정확히 2개월 만의 일이다.


3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바닥난 50대 부부. 남편의 늦은 귀가와 약속을 밥 먹듯 어기는 모습에 넌더리가 난 아내, 한 달 용돈 10만원에 잔뜩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남편은 급기야 한 방을 쓰는 것조차 거북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이들의 치료 첫 단계는 서로 마주보기. 세상에서 가장 무섭게 여겨졌던 아내의 눈을 바라보는 남편과 단 2분간 마주보는 것조차 힘겨워 울컥 눈물을 쏟는 아내. 치료 도중 “이러다 더 빨리 헤어지게 되겠네요”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만큼 해결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에게 생긴 변화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이 부부에게 주어진 숙제는 본인의 장단점과 상대의 장단점을 직접 써보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처음 이 부부는 본인의 장점을 적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일단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상대를 배려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론에서 시작된 이 숙제는 일주일이 다 지나도록 서로의 장점에 대해 전혀 쓸 수 없었던 두 사람이 하루에 한 가지씩만 칸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사람 사이에 서서히 대화가 늘어나면서 오랜 세월 동안 깊어져 왔던 상대방에 대한 미움 대신 정을 새롭게 발견해 나가기 시작했다.

남편은 거의 매일 마시던 술을 일주일에 3회로 줄이고, 술자리를 시작한 지 6시간 이내에 귀가한다는 공약을 만들어 지키기로 약속했다. 아내도 목소리 톤을 낮추고 남편을 부드럽게 대하기로 결심했다. 예전과 달리 한결 부드러워진 아내의 모습에 감동하고, 그런 아내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공존하는 남편은 나중에는 “그 무섭던 아내의 눈이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변화를 겪었다. 방송이 모두 끝난 며칠 뒤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두 사람은 최근 들어 새로운 약속 한 가지를 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각방은 절대 쓰지 말자’라는 것.


프로그램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상담을 도와준 최성애 박사와 함께 결혼만족도 검사지를 통해 선별한 행복부부와 갈등부부 23쌍을 한자리에 모아 진행한 실험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채혈을 통해 면역검사를 실시했고, 행복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검사를 병행했다. 그 결과, 결혼만족도 지수가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보다 세로토닌의 분비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단백질을 생성해 암을 죽이거나 세균을 죽이는 데 관여하는 ‘NK 세포’의 수치도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부 관계가 심리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그동안의 학설에 무게를 싣는 소중한 실험 결과였다. 이쯤 되면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20분 동안 뛰는 것보다도 부부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이 더 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틀어진 부부관계는 어느 순간 갑자기 ‘잘해보자’는 마음만으로 개선되지는 않는다. 이날 실제 커플 23쌍을 대상으로 가트맨 박사가 예전에 연구했던 러브랩(애정연구소)을 우리 식으로 재현해 행복부부와 갈등부부를 세밀히 관찰했다. 호텔 내부에 한 면은 보통 거울과 같고, 다른 한 면은 유리로 보이는 거울을 설치해 최대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들의 동의하에 행복부부와 갈등부부의 대화를 직접 살펴봤다. 23쌍의 커플들은 요즘 갈등을 겪고 있는 이슈를 중심으로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었고 행복부부와 갈등부부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첫째] 대화할 때 심장의 박동수를 살펴보니 행복한 부부의 경우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도 평상시와 같은 평온한 상태를 보였다. 갈등부부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부부의 심장 박동수가 100bpm을 웃도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다. 가트맨 박사에 따르면 심장박동이 낮은 상태여야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들을 수 있고. 반대로 심장박동수가 높아지면 화를 내거나 기분이 나빠지기 쉽다는 것.

[둘째] 화해의 신호를 보내는 데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행복부부들의 특징은 부부싸움 도중에 흥분할 것 같으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행동들을 보여준다는 것. 상대방의 손을 지그시 잡아주거나, 차를 마시다가도 건배를 청하는 등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는 노하우가 있었다. 부부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한 부부와 갈등 관계에 있는 부부 간의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최성애 박사는 부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대화요법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부부이기에 앞서 각각 다른 성으로 만난 두 사람 사이에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독일 코미디언 마리오 바르트는 여자들의 언어를 집중 분석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자들로 하여금 여자들의 성향을 알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의사소통에 있어서 남녀간 감성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갈등이 많다는 의미. 예를 들어 “무슨 일 있어?”라는 남자의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라고 답하는 여자의 속내는 ‘이 멍청아, 할 말이 진짜 많은데 너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놈이야. 내가 대답할 때까지 계속 물어봐 바보야’라는 뜻이므로, 이럴 때는 남자가 먼저 “그래도 나에게 툭 털어놓고 말해봐”라고 제안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남녀간 감성의 차이는 이미 성인이 되기 전인 어린아이들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7살짜리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남녀의 감성 차이를 볼 수 있는 실험을 진행해봤다.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놀이를 하는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놀이를 이끌어가는 남녀 어린이들의 모습은 확연히 달랐다. 역할을 분담하는 과정에서 남자아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역할에 무작정 덤벼들어 싸움까지 벌어졌는가 하면, 정서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자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서로 상의해서 역할을 나누고 순번을 바꿔가며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남자아이들은 힘이 세고 싸움을 잘하는 아이를 리더 감으로 생각했으며, 여자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양보하는 사람을 바람직한 리더 상으로 꼽았다. 정서적 지능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었을 때 갈등의 불씨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나 엄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서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행복한 결혼생활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미국 버클리 대학의 레벤슨 교수는 강한 폭발음에 반응하는 정도를 남녀의 차이에 따라 분석했다. 보통 갑작스런 폭발음이 들려오면 여성들이 먼저 소리 지르고, 쉽게 겁을 먹은 채 심장박동수도 빨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험 결과는 예상과 판이하게 달랐다. 심장박동이 정상치로 되돌아오기까지 남성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 사회적인 편견과는 달리 여성이 남성보다 덜 흥분하고 더 논리적으로 판단해 행동까지 제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부싸움을 할 때에도 여성이 감정 조절을 더 잘한다는 뜻.

남녀간 뇌파의 차이를 실험으로 직접 확인해봤다. 실제로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의 뇌파를 측정해보니 여성은 감정이 격해지면 서서히 흥분했다가 약 5분 뒤 안정된 상태로 바뀌는 반면, 남성은 흥분을 하면 싸움이 끝난 후에도 약 25분 동안 흥분 상태가 지속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싸움 본연의 내용으로만 대화가 오가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현명한 아내여, 효과적인 부부싸움을 하려면 남편이 진정한 후에 다시 대화를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맞벌이 부부의 비율이 높아졌지만 가사의 합리적인 분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생기는 스트레스는 몽땅 아내의 몫.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분명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영국의 개 조련사 애니 클레이튼은 남편을 가사에 합류하게 할 때 개를 조련하듯 적절한 보상과 친절을 베풀라고 권하고 있다. 그녀의 방식은 BBC 방송의 대표적인 TV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아 큰 인기를 끌었다.

맞벌이 부부의 아내들을 직접 만나 효과적으로 남편이 바뀔 수 있는 방식을 남편에게 적용하도록 했다. 2주가 지난 뒤 결혼만족도 검사의 점수는 예전보다 눈에 띄게 향상되어 있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소파에서 뒹굴던 남편이 너무나 자연스레 팔을 걷어붙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설거지를 하고, 만두까지 빚는 모습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남편을 변화시킨 방법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일단 가사일을 부탁할 땐 남편이 싫어하지 않는 쉬운 일을 선택해 조금씩 시켜보고, 그 결과에 관계없이 칭찬과 감사의 표현을 해야만 한다. 아내 또한 마음가짐을 바꿈으로써 단지 집안일을 거드는 차원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를 배려해준다는 느낌에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30년 동안 3000쌍 이상의 부부들을 연구한 존 가트맨 박사는 행복한 부부와 이혼하는 부부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위해 연구 대상이 된 부부들을 연구소로 불러 심장박동수를 체크하며 두 사람의 갈등 내용에 대해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그 결과, 가트맨 박사는 부부들이 대화를 하는 동안 초 단위로 그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부부관계를 해치는 요인을 비난, 경멸, 자기변명, 담쌓기 등으로 나누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여기에 심장박동 측정 내용을 결합해 부부관계에 대한 수학 방정식을 만들어 부부 심리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가트맨 박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부부싸움의 내용 자체는 이혼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부부싸움의 내용이 폭력, 외도, 돈 문제, 술 중독 등 아주 심각한 것이든, 치약 짜는 방식의 차이나 양말 벗어놓는 습관 따위의 하찮고 사소한 내용이든 부부의 이혼 여부를 좌우하는 데는 별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부부는 ‘대화의 방식’ 때문에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 등 4단계로 진행되는 나쁜 대화의 방식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가트맨 박사는 이 4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가는 방식으로 부부싸움을 벌이면 결국 이혼에 이를 확률이 92%가 넘는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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